공황장애 앱을 만들다 (1 ~ 2)

2024. 9. 14. 15:211인 창업 기록

 
터널에서 공황발작이 찾아오다

 
24년 1월 19일,
나는 집에 가기 위해 차 조수석에 타 있는 상태에서 긴 터널에 진입하였다
내가 지금까지 통과했던 터널 중 가장 긴 터널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끝이 없을 것 같은 터널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이 긴 터널의 끝은 있을까, 나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나에게 무언가 이상 반응이 온 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손과 발이 감각이 점점 둔해지며 이내 모든 신체 감각이 마비된 것만 같았고, 내가 있는 그때의 공간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후 과호흡이 오며 숨쉬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나 진짜 죽는거야?’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고, 당시의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애써 침착하려 해봐도 이미 공포심에 질린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처음 겪어보는 당장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란 불가능이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그럴 숨도 기력도 없었다.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겨우 진정이 되나 싶었는데,
차로 빽빽하게 막힌 도로 위에서도 위와 같은 증상이 다시 찾아왔다.
집 도착 후 거실에서까지 이 알 수 없는 증상은 이날 하루 종일 날 괴롭혔다.

그저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자고 일어나면 이 악몽 같은 상황이 끝나있길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나를 위한 공황장애 긴급 대처 서비스를 만들다

내가 있는 공간 자체에 비현실적인 느낌(나 혼자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은)을 계속 경험하게 되었고,
친구의 권유로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갔다.
 
병명은 공황장애였다

그때 당시에 공황장애에 대해 잘 몰랐던 상태였는데 그 이틀간 겪었던 모든 증상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초반에 엘리베이터 탑승도 힘들어 결국 회사 대표님께 자초지종을 다 설명하였고,
많은 배려 덕분에 괜찮아질 때까지 재택근무로 전환하였다

우울했고, 무서웠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줄이야


도움을 받을 수 있을만한 서비스를 찾아봤다
공황장애 카페도 가입해서 나와 같은 힘듦을 겪는 사람들의 극복을 위한 노력도 보고, 위로도 받았다

가끔 오전에 책을 짧게나마 읽곤 하는데 마침 책에서 PTSD 또는 정신적 후유증 관련 증상에는
성취감이 바로 보이는 게임 같은 가벼운 활동으로 집중하고 있는 생각을 전환시키는 게
일시적으로나마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공황발작이 오면 이성은 사라지고 두려움이란 감정이 내 모든 생각을 지배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때 최대한 이성적인 사고(죽지 않는다. 어차피 지나간다)와 잠시 사고를 전환할 수 있는 무언가가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이후 발작이 다시 나를 찾아왔을 때, 일부러 메모장을 열어 내 현재 상태를 이성적으로 적어내려갔으며 간단한 게임, 인터넷에서 봤던 호흡법을 따라 해봤다
물론 힘들지만 그럼에도 점점 진정이 되더니 이전보다 발작 지속 시간이 줄었음을 느꼈다

이런 서비스가 한곳에 있으면 좋겠다. 정말 공황발작, 예기불안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토어에서 관련 앱들을 모두 다운로드 받아 나에게 맞는 서비스를 찾으려고 했지만, 모두 병원 추천과 상담, ai챗봇, 명상 서비스가 주를 이뤘다

물론 다 좋은 서비스였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공황발작과 예기불안에 더욱 초점을 맞춘 긴급 대처 기능을 제공해 주는 서비스였다

내가 필요하면 내가 직접 만들면 되잖아?
이전에도 이미 이런 경험이 있으니까 충분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가장 좋은, 명확한 서비스는 만든 사람 본인의 필요에 의해 만들고, 직접 쓰고 싶은 서비스라고 한다.
스스로 문제를 겪고 있어 가장 공감을 잘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줄 서비스를 생각하며 공황장애 앱, 패니캣(Panicat)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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