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앱을 만들다 (3)

2024. 9. 14. 15:241인 창업 기록

 

공황장애 어플 패니캣 출시 전 디자인

 
 
출시했던 패니캣의 디자인과는 조금 다르지만 기능은 같았다
패니캣 MVP의 모습은 앱을 시작하자마자 보이는 메인 화면 하나에 버튼 두 개를 배치했으며
4-3-6-3 호흡법 따라 하기와 긍정 확언을 받아쓰는 딱 두 가지 기능이 전부였다.
 
무조건 첫 출시는 MVP(최소기능제품) 라는 말을 머릿속에 새기고 시작했음에도 개발하는 동안에
'이것도 같이 넣으면 좋을 텐데..'라는 마음의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해야 하는 건 외면밖에 없었다.
같이 넣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합쳐보니 기능만 족히 20개가 넘어갔다.
애초에 계획했던 한 달이 아닌 반년 동안 출시도 못한 채 붙잡고 있을 내 모습이 뻔하게 그려졌고
결국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었기 때문에 진짜 필요할 때 추가해도 늦지 않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요즘 거의 집에만 있다 보니 크게 예기불안 또는 발작이 오는 상황이 없어서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지 검증을 하고 있지 못하던 찰나에, 시립도서관을 가기 위한 버스를 탔을 때 터널을 마주쳤다.
터널만 봐도 예기불안이 시작되는 나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검증 대상이 될 수 있겠다 싶어 패니캣을 실행했고, 곧장 호흡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살짝 호흡법이 따라 하기 힘들다고 느꼈지만 내가 숨을 짧게 쉬는 타입인 줄 알고 나한테만 적용되는 상황이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화면을 보며 호흡을 따라 하니, 기존 예기불안 상태가 올 때 항상 외부로 쏠렸던 나의 신경이
온통 화면의 호흡에만 집중하게 되었고 금방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완전한 발작 상태가 아닌 예기불안 상황에서 사용했기 때문에 100%의 효과라고 당장 장담하긴 이르지만,
생각을 전환하고 과호흡이 시작되기 전 호흡의 제어권을 먼저 가져가는 느낌이 나를 조금 더 안심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출시한지 이주 된, 아주 따끈따끈한 MVP모델의 패니캣을 들고 홍보를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기능이 너무 없어서 사용해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 자체가 민망해서 좀 망설여졌는데
서비스를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같은 불편함을 겪는 이들의 피드백이 필요했다.
 
 
그렇게 홍보를 시작하려는데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홍보를 하기 위해선 그 서비스를 사용할 사용자들이 많이 모여있는 장소에 가야 하는데 그에 부합하는 곳이 국내에선 네이버 카페라고 생각했었다
이전 베이킹 앱 서비스를 개발할 땐, 열린 느낌이라 앱 홍보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주간 인기글 1위에도 올라가 보고 조회수 1,000회와 100개가 넘는 좋아요와 댓글 등 비교적 수월하게 홍보가 가능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공황장애를 타깃으로 한 지금, 홍보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대표적인 카페 두 곳 모두 살짝 폐소적인 느낌(..?)이라 개인적인 홍보 자체가 불가능했고, 해당 불편함을 겪는 카페 회원분들이 현재 어떤 앱을 많이 쓰고 있을지 파악이라도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자유게시판에 '무료 공황장애 앱 추천해 주실 만한 게 있는지'에 대한 게시글을 올렸는데
 
 
 

필터링이 되어버린 글
다른 카페에선 바로 삭제 처리

 
 
 
올리자마자 거의 빛의 속도로 알림이 왔다
카페 스탭에 의해 게시글이 삭제되었다고..
삭제된 것보다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빨리 삭제된 게 제일 놀라웠다
 
다른 카페 게시판에 올린 글은 필터링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검색하면 네이버 카페 목록에 노출은 되더라..)
 
이전 앱과 같은 방법의 홍보는 불가능하겠다 싶어
강퇴 당할 각오로 1:1쪽지를 발송했다
 
50분에게 쪽지를 보냈고
9분이 쪽지를 확인했으며
3분이 답장을 주셨다
 
 

 
 
 
참고로 네이버 개인 쪽지 전송 하루 제한은 50개이다
내가 보냈던 쪽지에 대한 회신이 왔는데 하필 제한에 걸려 바로 답장을 못 했다 (50번을 냅다 하루에 다 보냈기 때문)
당장에 답장하고픈 맘이 굴뚝같았는데 답장을 못 하는 상황이니 일단 다음 날까지 기다렸다. 기다리는 와중에도 머릿속 한편에 '답장'이란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최소 한 두발 정도는 아껴두자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새로운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하여 '공황장애 어플'을 메인 키워드로 잡아 패니캣 홍보 글을 작성하였다.
이전부터 블로그를 해오던 경험이 꽤나 도움이 되었다.
처음 시작은 '뾰족한 카테고리'를 잡는 게 유리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최근에 블로그 알고리즘이 개편되면서 처음 시작하는 블로거들의 글도 노출될 기회가 꽤나 많아졌다
<공황장애>를 메인 키워드로 잡았다면 어려웠겠지만,
<공황장애 어플>은 메인 키워드로 잡은 포스팅이 별로 없어서 금방 상위 노출이 가능했다.
 
 
네이버와 sns에서 공황장애 관련 키워드들을 검색했다
비교적 최근까지 글을 작성한 분들께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댓글을 달고 DM을 보냈다
 
감사하게도 장문의 회신과 함께 당장에 발작이 오는 상황은 아니어도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으로 사용 후 솔직한 피드백을 주셨다.
위에서 내가 느꼈던 호흡법 따라 하기가 살짝 버겁다는 느낌을 몇몇 분들도 똑같이 짚어주셨고, 이런 방식으로 하면 더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것 같다던가 음악이 추가되면 좋겠다 등 반짝거리는 피드백을 주셨다
 
 

 
 
 
추가로 <그라운딩 기법>이라는 이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기법을 알게 되었는데, 해당 피드백은 패니캣 메인 화면에 들어갈 기능을 바꾸게 만들었다. 해당 피드백에서 유레카!를 외친 포인트가 꽤나 많았다.
 
또한 기존의 서비스들이 '정적인 차분한 느낌'이라면 패니캣은 '동적의 활기찬 느낌'을 주고 싶어 게임 요소를 만들었다가 갑자기 본질을 벗어나는 느낌을 받았었다. 말 그대로 게임 요소를 추가하려다가 그 자체로 게임 앱이 되어버리는..
바로 주객이 전도되어버린 상황이다.
 
내가 왜 게임적인 요소를 넣고 싶었는지부터 거슬러올라가 하나씩 되짚어보고 재정비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혼자 일을 시작하고 아무도 내 작업에 관여하거나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헤매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회고는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덕분에 다시 본질을 생각한 결에 맞는 기획과 디자인으로 변경하였다
 
본질을 바로잡고 피드백을 반영하다 보니 변경사항이 꽤나 크게 일어났다.
쪼개서 진행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 받은 피드백들을 최대한 반영하여 업데이트 한 이후에 또 다른 피드백을 듣고 싶었다. 그렇게 밀어붙이기를 시작했고 이번 주 일요일을 (희망) 데드라인으로 정해두고 개발에 착수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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