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3년 10월에 시작한 나의 1인 앱 개발이 벌써 1년 3개월을 넘어섰다.
처음엔 개발이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재능이나 흔히 말하는 '개발 머리'도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것저것 시도만 하고 끝냈던 다른 일들과는 다르게, 개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왜 이렇게 오래 지속할 수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개발'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컸다. 단순히 서비스 개발이라는 미시적인 영역을 넘어 서비스 운영이라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이 일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회사 생활이 길지 못할 때마다, 스스로 왜 이렇게 참을성과 끈기가 없을까 자책하곤 했다. 하지만 혼자 앱을 개발하면서 깨달은 건, 내가 만든 앱 서비스를 종료하지 않는 이상 '완전히 그만둔다'는 개념이 없다는 점이다.
때로는 지쳐서 잠시 손을 놓더라도, 내가 만든 서비스는 계속 운영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지속할 수 있었다. 직장과 직업의 차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걸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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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요즘 들어 나아가고픈 삶의 방향성을 찾고 싶다는 갈망이 커졌다.
이전 회사에서 비전과 미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것들이 단지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필요한지, 왜 그렇게 중요한지조차 의문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넘게 지난 지금, 겉치레라 여겼던 그 비전과 미션을 내 삶에서 찾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했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 곰곰이 되짚어보니, 주기적으로 일기를 쓰거나 회고를 할 때 반복적으로 느꼈던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내 결정은 자주 바뀌었고, 명확한 기준 없이 결정을 내렸기에 선택하지 않은 대안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 결정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건,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최종 방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하나의 방향을 정하지 않았기에 얻는 장점도 있다. 예상치 못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선택을 번복하면서 겪는 고민과 후회의 시간, 그리고 자주 바뀌는 계획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그래서 최소한의 기준과 방향은 설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방향을 잡더라도 나중에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선택의 이유가 명확하다면 미련은 덜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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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1월 19일, 내 생일에 맞춰 마지막 실업급여가 입금되었다. 마치 국가에서 주는 생일선물 같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게 되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면서 손으로 뚝딱뚝딱 만드는 걸 좋아했기에, 하드웨어에도 은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하드웨어에 대한 무지함 탓에 그저 높은 산처럼 느껴져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던 중,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돈이나 모으자는 계획을 세우고 있던 때에, 한 기업의 신입 테크니션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작은 급여, 긴 업무 시간, 먼 출퇴근 거리(왕복 2시간)까지 온갖 악조건을 다 갖춘 자리였다.
경기도에서 지낼 때는 왕복 2시간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부산 생활에 익숙해진 탓일까, 이제는 정말 멀게만 느껴졌다. 그럼에도 바로 지원했고, 면접 연락이 왔다. 목감기로 마른기침을 참아가며 1시간 넘게 면접을 봤다.
면접 후, 연말에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예상했던 29일이나 30일까지 연락이 오지 않아 포기하려던 찰나, 진짜 '연말'인 31일 저녁에 연락이 왔다. 출근 가능일을 묻기에 1월 2일부터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렇게 나는 신입 테크니션으로서의 길을 걸으며 2025년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 수습 기간이라 배워야 할 게 많지만, 새로운 시작이 설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