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가 계산기 앱을 개발하기까지 1

2024. 3. 22. 11:111인 창업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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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특공대(특별히 수학 공부 못 하는 대가리들)의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이 특공대에 있는 학생들은 따로 수학 특강을 들어야 했다.

중학생 2학년 때 새로운 학교에 전학을 와서 첫 시험 후 바로 들어가게 된 곳이 특공대라니..

내가 하도 침울하게 있어서인지 수학 선생님께서 안쓰럽게 보시며 아이스크림을 하나 건네주셨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후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땐
꼭 수학 성적을 잘 받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렬했다.

다른 과목들은 대체로 1-2등급을 유지해서 성적우수상을 받기도 했는데
유독 수학만 4-5등급에만 머물러있었다


그래서 몇몇 친구들끼리 방과 후 수학 스터디 모임도 만들고,

다른 과목들은 모두 제쳐두고 수학만 죽어라 팠다.
시험기간 수학 점수가 잘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오르며 아무튼 예감이 좋았다


그리고 수학 점수가 20점이 떨어졌다


솔직히 이 점수에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내가 들인 시간과 수학 성적은 반비례의 관계였나 보다



수학의 신이 있다면 날 외면한 걸까?라는 생각도 들고
한참 입시 준비로 내신 성적을 잘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

(그 당시 나는 입학사정관제 준비 중이라 수능이 아닌 내신 챙기는 게 우선이었다)

담임선생님의 교무실 호출이 있었다.

수학 공부만 파다가 다른 걸 다 놔버려서 다 같이 손잡고 내려간 성적을 보고 걱정이 되셨던 것 같다

선생님이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수학은.. 잠시 미뤄두고 차라리 다른 과목들에 전념해 보는 것이 어떻겠니?‘

내가 생각하기에도 점수 맞춰 대학 입시에 준비할 시기라면 그게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고,

내 인생에 수학을 크게 쓸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면서 이후로 아예 수학을 놔버렸다.

덧셈 뺄셈 외에는 딱히 수학과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수학이 너무너무너무 미웠다
모든 계산이 다 싫었다



근데 사람 인생 한 치 앞을 모른다고 했던가
사회복지학과 졸업 후, 이러저러한 길을 지나 개발자가 되었다


개발자가 되었다고 하니 아빠가 심히 걱정하셨다
그거 머리 좋은 애들이 하는 거 아니냐며

 

....

맞는 말이라 또 반박은 못 하고 애써 웃(속으론 울)었다

 

 




스트레스를 풀 겸 다시 홈베이킹을 시작했다
근데 ’베이킹은 과학이다‘라는 책이 있을 정도로
조금만 깊게 들어가도 과학적인 원리와 함께
비율 계산, 틀 변경 계산, 베이커스 퍼센트.. 등
냅다 수학 공식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다신 안 볼 것 같았던 수학을 또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써글.

이걸 매번 꾸역꾸역 계산해서 하려니까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가뜩이나 베이킹 재료와 과정에 대한 준비도 할 게 많은데 언제 이걸 다 계산하나 싶었다


웹에 비율 퍼센트 계산기가 있어서 활용하는데
하나의 레시피에 내가 사용하는 재료가 10개라면
1개 작성하고 비율 변경하고 옮겨 적고 지우고
다시 1개 작성하고 비율 변경하고 옮겨 적고 지우고..를
10번 반복해야 했다


하다 하다가 살짝 화딱지가 나서
차라리 한꺼번에 계산해 주는 앱을 내가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땐 해외 취업용 포트폴리오도 준비할 예정이라
내가 쓸 앱도 만들고, 이걸 스토어에 출시하면 그래도 '오 짜식 출시도 해봤네?'라고

나름 후한 점수를 줄 것 같아서 주저 없이 바로 개발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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